동해 가스전 시추 결과, 경제성 부족 판정…한국 에너지 산업의 과제는?
지난 3월,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었던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의 1차 시추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정부와 관련 업계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번 결과가 갖는 의미와 한국 에너지 산업이 직면한 도전 과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분석해 본다.

1. 동해 가스전, ‘대왕고래’란 무엇인가?
‘대왕고래’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심해 가스전 탐사 프로젝트 중 하나로, 동해 해저 1,500m 지점에 위치한 유망한 구조로 평가되었다. 특히 2023년 정부가 발표한 ‘국내 천연가스 자립화 전략’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되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한국은 그동안 대부분의 천연가스를 해외에서 수입해왔으며, 이에 따라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만약 대왕고래 가스전이 경제성을 확보했다면, 국내 에너지 자립도 향상은 물론이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수 있었다.
2. 1차 시추 결과, 왜 경제성이 부족한가?
정부와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1차 시추 결과에 따르면, 대왕고래 구조 내에서 가스는 존재하지만 상업적으로 개발할 만큼의 양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1) 매장량 부족
대왕고래 가스전에서 추정했던 가스 매장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추 초기에는 고무적인 징후가 있었지만, 실제로 개발 가능한 가스량이 예상보다 적어 경제성이 낮아진 것이다.
(2) 추출 비용 문제
심해 시추는 얕은 해역보다 훨씬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동해는 수심이 깊고 기상 조건이 험난한 지역이 많아 시추 작업 자체가 어렵다. 또한, 한국은 심해 시추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기술적 난관이 더 컸을 가능성이 있다.
(3) 국제 에너지 시장 변화
최근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대왕고래 가스전이 개발된다고 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하기 어려울 수 있다.
3. 이번 결과가 한국 에너지 산업에 미치는 영향
(1) 국내 에너지 자립 전략의 수정 필요
이번 결과는 정부의 천연가스 자립 전략에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은 천연가스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번 대왕고래 가스전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가스를 확보하는 계획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대안 검토
대왕고래 가스전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정부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탄소중립 목표와 맞물려 태양광, 풍력, 수소 에너지를 포함한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3) 해외 가스전 개발 의존도 증가
국내에서 자체적인 천연가스 공급이 어려워진 만큼, 한국은 해외 가스전 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카타르, 호주, 미국 등 주요 LNG 생산국과의 협력 강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 앞으로의 대책과 방향
(1) 국내 가스전 탐사 지속 여부
이번 대왕고래 시추 결과가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가스전 개발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향후 추가적인 시추 작업과 더 정밀한 탐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2) 심해 시추 기술력 강화
한국은 아직 심해 시추 경험이 많지 않다.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심해 시추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장기적으로 국내 자원 개발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3) 재생에너지 및 수소 에너지 확대
전통적인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은 해상풍력 발전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4) 해외 자원 확보 전략 강화
한국은 현재 해외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주요 산유국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5. 결론
대왕고래 가스전의 경제성 부족 판정은 한국 에너지 산업에 있어 도전적인 결과이지만, 이를 계기로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 한국은 ① 추가적인 국내 자원 탐사, ② 심해 시추 기술력 확보, ③ 신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투자 확대, ④ 해외 천연가스 프로젝트 협력 강화 등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번 결과를 교훈 삼아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시점이다.